(VC) 유지윤
최근 벤처캐피탈들의 얼어붙은 투자 분위기의 원인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물어오신 대표님이 있었다.
거래소가 기술특례 상장 심사의 강도를 높였고,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미국발 금리인상이 영향을 미치고 있음은 어렴풋이 이해가가나 모태펀드의 출자는 여전하고, 이미 기존에 펀드를 받아 놓은 VC들은 드라이파우더가 남았을텐데 왜 바로 투자심리에 영향을 받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하셨다.
내가 알고있는 지식이 전부일수는 없겠으나 내가 이해하고 있는 바는 이러하다고 설명 드렸다.
1. 우선 시작은 작년말부터 거래소가 특례상장 제도를 손보기 시작한 이슈가 컸다. 특히 바이오는 매출 안나도 빠른 엑싯이 가능했기에 VC들에게 인기가 있었던건데 거래소가 바이오 기업의 상장을 까다롭게 볼 것을 선언하면서 투자가 쉽지 않아졌다. IPO 주관사들도 요즘은 바이오 기업에서 연락이 오면 "죄송합니다. 올해 바이오는 어렵습니다." 라고 하고 끊는다고....
2. 비단 기술특례상장 뿐 아니라 테슬라모델 상장이나, 비즈니스모델 특례상장을 노리던 덩치는 크나 적자 상태인 플랫폼 기업들도 쿠팡의(운 좋은) 나스닥 상장을 마지막으로, 시장의 온리원 플레이어가 될 때 까지 십수년간의 치킨게임을 투자금으로 버티는 모델이 유효한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커졌다.
컬리의 상장은 난항을 겪고 있고, 몇몇 플랫폼 사업자의 폐업 및 구조조정 소식이 들리기 시작했다.
(십수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쿠팡은 적자고, 위메프/티몬/지마켓/옥션/11번가는 죽지 않았다. 심지어 이 분야 1위는 네이버지 쿠팡이 아니다.)
3. 특히 이런 분위기에 기름을 끼얹은 것은 금리 인상이다. 금리란 자금의 조달비용인 동시에 기회비용이다.
LP들은 머지않아 예금금리 5~6프로는 그냥 받을 수 있을거라고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VC펀드의 기준수익률(일종의 만기 보장수익률 개념) 5~8프로를 받겠다고 7년짜리 블라인드 펀드에 돈을 묶어놓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즉,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던가, 더 짧은 만기를 요구하게 된 것.
4. 기업의 퍼포먼스가 동일하다는 가정하에 펀드가 더 높은 수익률을 내기 위해서는 '더 싼 밸류로' 투자를 하는 수 밖에 없다.
더 짧은 만기를 약속하려면 '곧 EXIT 할 만한' 확실성을 가진 기업에 투자하는 수 밖에 없다.
싸고 좋은 기업을 찾기 위한 신중한 탐험이 시작된 것이다. '잘 모르겠지만 한번 베팅해 볼만해!'하는 투자는 더이상 공감을 얻지 못한다.
5. 오늘도 기사가 났던데 단기 자금을 굴리는 캐피탈사들 부터 VC펀드에 출자하지 않기로 했단다. 캐피탈사들이 출자하는 VC펀드는 대부분 Growth 단계나 Pre-IPO 딜이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2~3년은 돈이 묶인다.
이들은 이 조차도 8프로 미만의 수익률로 2년을 묶어놓는 짓은 어리석다고 판단한 모양.
6. 초기투자 시장은 어떤가? 개인적으로 초기투자는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한다. 역사적인 글로벌 경기 사이클 상 초기투자 펀드가 청산되기 시작하는 3~5년 뒤면 경기와 시장 분위기가 회복될 가능성이 높고, 초기 기업들의 기술 숙성에 활용될 시간을 오히려 벌었다고도 볼 수 있다.
7. 하지만 신중할 수 밖에 없는건 초기투자 시장도 마찬가지다.
1) 초기투자펀드도 LP들이 출자를 안 해주면 만들 수 없다. 따라서 4번의 이슈는 동일하다.
2) 후속투자에 들어와 줄 Growth 단 투자자들이 줄어들었다. 5번의 이슈가 있기때문.
극초기 투자자들은 후속투자자가 밸류를 찍어주고, 유동화 필요시 구주를 적극적으로 매입해주는 시장이 없다면 EXIT 방안이 너무 제한된다. 현금조달 여력이 부족한 몇몇 초기투자자들은 이 트랩에 이미 걸려버렸는지도 모르겠다.
8. 그렇다면 이미 만들어놓은 펀드가 있는, 드라이파우더가 아직 충분한 VC들까지 소극적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다르지 않다. 향후 펀드레이징이 어려울 것을 대비해 신중한 투자를 할 수 밖에 없는거다. 내년에 펀드를 추가로 못 만들지도 모르니까.
지금 있는 펀드에서 수익률을 극대화 해야하니까.
9. 사실 투자업계에서 체감하는 지금의 분위기가 나는 좀 무서울 정도로 심각하게 느껴진다. (오히려 스타트업 씬에서는 아직 직접 체감을 못하고 계신 분들이 많은 듯 하다.) 대출 금리도 갈수록 오를거고, 자금 조달난은 한동안 가속화될것이 자명해 보인다.
10. 이럴때일수록 자금력있는 모기업이 있는 CVC나 S.I. 투자자들이 좋은 기회를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S.I.투자자의 시대가 도래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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